[걸어서 힐링속으로-경북을 걷다] 92. 경주 보문호 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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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202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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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걸음의 미학…힐링 순례길
호수 따라 APEC의 흔적을 걷다

▲ 물향내쉼터에서 바라본 보문호 전경
경주 보문호 순환탐방로(보문호 둘레길)는 약 165만2,892㎡(50만 평)의 거대한 인공호수 보문호를 에워싼 총 8km의 걷기 길이다. 2013년 물너울교 개통과 2014년 명활성 방면 탐방로 최종 정비 이후, 비로소 끊김 없이 호수 곁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완벽한 일주 코스가 됐다.
경사가 거의 없어 무장애 관광지로 선정될 만큼 접근성이 뛰어나며, 남녀노소 누구나 약 2시간 동안 아름다운 호반의 풍경 속을 거닐 수 있다.
경주는 늘 고즈넉한 역사의 도시였다. 그러나 2025년 경주 보문관광단지는 아시아·태평양 21개국 정상들이 모이는 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켰다.
보문호를 따라 조성된 순환탐방로는 이제 단순한 힐링 코스를 넘어, 세계 외교의 숨결이 스며든 특별한 공간이 됐다.
이 길은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느린 길’이지만, 그 주변에는 APEC 정상회의가 열렸던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와 경제전시장이 들어선 엑스포대공원, 그리고 세계 정상들이 머물렀던 고급 호텔들이 밀집해 있다.
탁 트인 호수 전망은 어느 지점에서나 감상할 수 있으며, 특히 봄에는 벚꽃, 가을에는 단풍이 호수면에 비치며 환상적인 장관을 연출한다.

▲ 경주동궁원 전경
△신라의 정원을 거닐다, 경주동궁원.
보문호 둘레길 도보여행의 시작점은 신라 문무왕이 별궁에 연못을 파고 화려한 정원을 조성했다는 기록을 모티프로 한 경주동궁원이다.
신라 한옥 구조를 본뜬 동궁식물원 본관과 별관은 각각 다섯 가지 테마의 신라 정원과 현대식 힐링 정원으로 꾸며져 있다. 특히 본관에서는 평소 접하기 힘든 열대 식물과 나무를 만날 수 있다.
식물원과 마주한 ‘버드파크’는 새 둥지 모양의 화조원으로, 전 세계 250여 종의 다양한 조류가 자유롭게 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좁은 철창 대신 넓은 공간을 새들에게 내어준 설계는 자연과의 교감을 중시하는 이 시설의 철학을 보여준다.
먹이주기 체험을 통해 동물과 직접 소통하는 재미는 걷기 전 활력을 불어넣는 훌륭한 ‘오프닝’이다. 동궁원 야외의 음악분수 또한 계절마다 운영되며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동궁식물원과 버드파크의 관람 마감 시간(오후 6시)을 확인하고, 야외음악분수(평일 2시간, 공휴일 1시간마다 30분 가동) 시간표를 체크하면 더욱 알찬 시작이 될 수 있다.

▲ 보문호 물너울교 모습
△호수 위의 무지개와 로마의 유산, 물너울교와 보문콜로세움.
동궁원 뒤편 제방 위에 설치된 물너울교는 둘레길의 상징적인 경관 교량이다. 2013년 준공된 아치형 상부구조는 호수와 푸른 하늘, 산이 어우러져 무지개 다리처럼 보인다 해 ‘형산강 팔경’에 선정되기도 했다.
다리를 건너며 바라보는 호수 전망은 가히 일품이다. 다리 시작점에 조성된 물너울 공원에는 알, 별, 하트 모양 등 다양한 경관조명등이 설치돼 있어, 특히 밤에는 빛의 향연이 펼쳐져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물너울공원을 지나면 순식간에 분위기가 반전된다. 로마의 원형경기장 콜로세움을 재현한 이국적 건축물, 보문콜로세움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음식점, 카페, 키덜트 뮤지엄 등이 입점한 이곳은 SNS상에서 핫한 ‘인생샷 포토존’으로 각광받고 있다.

▲ 보문콜로세움 전경
콜로세움 옆에 위치한 경주세계자동차박물관에서는 세계 최초의 자동차부터 빈티지카, 스포츠카, 영화 속 클래식카까지 자동차의 역사를 테마별로 만나볼 수 있다. 단순히 걷는 길을 넘어, 이 길은 이국적인 문화 공간을 포함하는 복합 문화 순례길이다.

▲ 보문호반광장과 유선장 전경
△호수의 심장, 낭만과 추억이 머무는 보문호반광장.
보문콜로세움에서 인생샷을 남긴 후 조금만 걷다보면 보문단지의 발자취를 기억하기 위해 조성된 대한민국 관광역사공원이 나온다. 이 공원에서부터 보문호반광장으로 향하는 길은 보문호 둘레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구간이다.
이 길은 봄철 벚꽃이 흐드러져 환상적인 꽃길이 되며, 밤에는 은은한 조명으로 무드 있는 산책로로 변모한다.
보문호반광장은 오리배, 백조배 선착장이 있어 보문호의 중심이라 불리는 곳이다. 호수 위에서 즐기는 보트 체험은 여행에 활력을 더해준다.

▲ 보문호반광장의 느린 우체통 모습
이곳의 명물은 단연 ‘느린 우체통’이다. 6개월 또는 1년 뒤에 엽서를 보내주는 이 우체통은 여행객들에게 오늘의 소중한 추억을 미래의 자신 또는 사랑하는 이에게 전달하는 아날로그적 낭만을 선사한다.
광장 앞에 설치된 미디어 무빙아트 ‘달 조형물’은 특히 밤에 빛나며 호수의 낭만을 극대화한다.

▲ 보문호 호반1교 전경
△CNN이 반한 한국의 비경, 보문정과 물향내쉼터.
보문정은 CNN에서 ‘한국의 비경’으로 소개했을 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팔각 정자와 두 개의 연못 주위로 벚나무와 단풍나무가 식재돼 있어, 특히 벚꽃이 만개하는 봄과 단풍이 물드는 가을에는 사진작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장소로 꼽힌다.
고즈넉하고 아늑한 분위기는 호반길의 활기찬 분위기와는 또 다른 사색의 시간을 제공한다.
보문정을 지나 힐튼호텔 인근에 다다르면 호수 위에 세워진 목조교량 호반1교를 만난다. 직선과 곡선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이 다리 또한 훌륭한 포토존이다.
호반교를 지나 연결되는 구간은 과거 징검다리 구간으로 통행에 다소 불편함이 따랐으나, 최근 보행 전용 교량인 사량교를 새로 조성해 개통했다.
‘사랑교’는 총연장 102m, 폭 2.5m 규모의 경관 교량으로, 교량 자체의 곡선미와 조형미를 살리면서 보문호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 최근 보문호에 조성된 사랑교의 석가탑조형물
사랑교를 지나 경주월드 뒤편으로 돌아가는 구간은 과거 절벽과 깊은 수심으로 탐방로 조성이 어려웠던 곳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물 위에 설치된 나무데크길을 따라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 지대가 높아 호수 전망이 특히 좋은 이 구간의 최고 전망 포인트에는 정자가 있는 물향내쉼터가 조성돼 있다.
이곳에 앉아 원 없이 시원한 보문호의 전경을 감상하는 것은 8km 걷기 여정의 훌륭한 보상이 된다.

▲ 보문호 둘레길(데크구간)

▲ 보문호 둘레길
△호수 뷰 명당, 힐링을 완성하는 전망 카페 3선.
장장 8km의 둘레길을 걷는 동안 잠시 여유를 갖고 싶다면 호반길을 따라 자리한 전망 좋은 카페에 들러 편안하게 호수 전망을 만끽할 수 있다.
대표 카페로 물향내쉼터 바로 옆에 위치한 한옥 카페 엘로우, 오리배 선착장 바로 옆 베이커리 카페 아덴, 그리고 경주세계자동차박물관 인근의 페이지나인 등이 있다.
경주 보문호 둘레길은 단순한 걷기 코스를 넘어, 천년고도의 고즈넉함과 현대적 낭만, 자연의 웅장함이 어우러진 종합 힐링 코스다.
느린 걸음으로 호흡하며, 곁들여진 다양한 볼거리와 쉼터를 만끽하는 이 여정은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깊은 위로와 특별한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2025 APEC 정상회의의 역사적 흔적을 탐험할 수 있는 보문호 둘레길을 걷는 여정은 방문객들에게 깊은 감동과 새로운 시각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출처 : 경북일보 (https://www.kyongbuk.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5836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