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감방생활, 익산교도소 세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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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202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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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교도소 세트장 담장 ©전윤선 대표
[더인디고=전윤선 집필위원]
자유를 박탈하는 것만큼 큰 형벌이 또 있을까. 익산교도소 세트장은 잠시 자유를 박탈당해도 즐거운 곳이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촬영으로 알려지면서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열린관광지로 조성되어 휠체어 탄 장애인 등 관광 취약계층도 드라마 속 장면을 현장에서 직관할 수도 있다.
교도소가 여행지로 탈바꿈한 곳은 서대문형무소와 익산 세트장이다. 새로운 관광자원으로도 활용되고 있어 교도소가 등장하는 드라마를 볼 때마다 그 안이 궁금했다. 특히 익산 세트장은 누구나 즐겁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이 됐다. 익산 세트장 앞에는 철옹성 같은 거대한 철문에 기가 눌린다. ‘공은 쌓은 데로 가고 죄는 지은 데로 간다’는 속담처럼 살면서 절대 가면 안 되는 곳이 교도소인 것 같다. 물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억울하게 옥살이는 할 때도 있다.
교도소는 범죄자들이 가는 곳이라 생각되면서도 그런 이미지와는 전혀 반대되는 익산교도소 세트장.
교도소가 관광명소가 된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교도소 하면 가고 싶지 않고 멀리하고 기피 하는 곳이지만, 교도소를 테마로 관광자원화한 익산 세트장은 자꾸 가고 싶은 곳이다. 교도소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엄청 많아서 나열하기조차 버거울 정도다. 영화 ‘홀리데이’를 시작으로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아이리스’, ‘전설의 마녀’와 장애인이 주인공인 영화 ‘7번방에 선물’ ‘내부자들’, ‘슬기로운 감방생활’까지 200여 편의 영화나 드라마가 촬영된 곳이다.
첫 번째 둘러볼 곳은 소법정 세트장이다. 소법정은 주차장 앞에 있는 건물이다. 세트장을 리얼하게 체험할 수 있게 죄수복과 교도관 옷까지 대여한다. 탈의장에도 턱이 전혀 없어 휠체어 이용인이 접근할 수 있다. 소법정에 들어서면 위엄 있는 재판장이 눈에 들어온다. 재판관석에는 작은 계단 두 개가 있어 휠체어 이용인은 접근할 수 없지만, 방청석이나 증인석, 변호인석, 검사석과 피고인석은 접근할 수 있어 법정 체험은 제대로 할 수 있다. 소법정 체험이 끝나면 망루 전망대이다. 망루 전망대로 가는 길은 완만한 경사로여서 안전하다. 망루 전망대는 높은 계단이 많아 휠체어 이용인은 접근할 수 없지만, 망루 전망대 고백의 벽에서 자신의 죄를 고백해 본다.
고백의 벽에는 수많은 수갑이 벽면을 가득 채웠다. “우리 고백할까 익산에서”라는 사랑스러운 멘트가 적혀있어 연인들은 사랑의 수갑으로 서로를 채우며 사랑이 도망가지 못하게 한다. 고백의 벽을 지나면 교도소 세트장 광장이다. 광장 안 망루 아래에는 얼룩무늬 죄수복을 입은 죄수 모형이 앉아 햇볕을 쬐고 있다. 죄수 앞엔 죄수 수송 차량이 있어 영화 빠삐용을 보는 것 같다. 광장엔 긴급호송 버스도 있다. 긴급 호송 버스에는 죄수복으로 환복한 여행객이 앞다퉈 버스에 오르내린다. 호송차량 앞에는 사랑의 죄수 등신대가 있어서 사진을 찍으며 ‘사랑한 자 유죄’를 확인한다.
죄수가 수감되는 유치장으로 발길을 옮겨갔다. 유치장으로 가는 통로는 경사길이 잘 정비 돼 있다. 유치장 안에도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가득하다. 유치장에 들어가는 문은 세 곳이다. 두 곳은 기존에 문을 그대로 보존하고 나머지 한 개의 문은 턱을 없애 휠체어 탄 여행객도 유치장 안으로 들어가 죄수 체험이 가능하다. 여행객 중에는 죄수복이나 교도관 옷을 입고 스스로 사랑의 죄수를 자청하거나 교도관으로 변해서 유치장 안으로 들어간다. 유치장 안엔 한 평 남짓 작은 화장실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유치장 체험이 끝나고 재판을 받고 형을 사는 감방 세트장으로 옮겨갔다. 감방 세트장은 2층 건물로 7번방의 선물 촬영 세트장이라고 한다. 하지만 2층은 계단뿐 이어서 휠체어 탄 여행객은 접근할 수 없다.
그럼에도 1층은 모두 접근할 수 있어서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이 가능하다. 1층에는 취조실, 다인실, 법무부 교정본부, 홍보관, 독방, 검색대, 면회실이 있다. 먼저 취조실부터 둘러봤다. 취조실은 작은 방에 탁자 하나에 의자가 두 개로 연인들이 이곳으로 들어가면 사랑의 취조가 시작된다. 휠체어 이용인도 접근가능해 드라마에서 보는 취조실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이번에는 독방 체험장이다. 독방은 마루에 좌식이어서 휠체어 탄 여행객은 접근 불가해 독방의 구성만 확인 할 수 있다. 독방에는 “한번 쓰레기는 영원한 쓰레기지만 재활용 쓰레기가 되자”라는 재미있는 문구도 있다.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속담처럼 교도소가 죄수들을 인권적으로 대하면 자신의 죄를 참회하고 재범률도 낮다고 한다. 반면 교도소에서 더 많은 범죄를 배워서 나온다는 웃픈 소리도 있다.
교도소는 죄지은 사람만 들어가는 곳은 아닌 것 같다. 누명을 띄워 억울하게 교도소에 들어간 사람도 간혹 있다. 영화 7번방의 선물에서 지적 장애인 용구도 그렇고, 살인의 추억에 등장한 화성연쇄 살인사건에서도 지체장애인에게 죄를 뒤집어씌워 감옥에 가둔 사건도 있다. 이뿐만은 아니다. 영화 ‘재심’에서도 10대 지적장애인을 범인으로 몰아 십 년 동안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삼례슈퍼 사건은 재심으로 누명을 벗었다. 이 밖에도 많은 사람이 지금도 누명을 벗지 못하고 감옥에 갇혀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열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법 정신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말은 맞다. 하지만 범인은 없고 피해자만 있는 판결이 속출하는 것이 법의 정의인지 묻고 싶을 때도 있다.
바로 옆에는 법무부 교정본부 홍보관이다. 홍보관은 사회복지 지원 프로그램으로 수용자가 안정적인 새 출발을 할 수 있게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전시하고 있다. 인성교육, 학과교육, 심리적 안정을 위한 종교 생활, 체험형 문화예술 프로그램도 있다. 장애인 수용자를 위한 프로그램도 전시하고 있어 놀라웠다.
사회가 속도가 다른 사람을 기다려 주고 함께 한다면 소외되는 사람 없이 더 이상 범죄도 발생하지 않는 사회가 될 것 같다. 그렇게 된다면 차가운 바람도, 지나가는 사람도 잠시 숨을 고르고 언 몸과 생각을 녹일 수 있다. 사랑의 다른 이름은 기다림이기 때문이다.
출처 : 인디고 전윤선의 무장애 여행 (https://theindigo.co.kr/archives/53380)